이르게 어둑해지는 요즘이에요.

퇴근길의 푸르렀던 맑은 하늘은 선홍빛의 노을로 물들었어요.

오묘하고 멜랑꼴리한 마음에 좀 더 넓은 곳에서 하늘을 담고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그 새 노을이 져버렸어요.

빨강에 닿지 못하고 스러지는 노을빛은 밤안개 사이로 흩뿌려졌을까.

하루의 햇볕과 인사도 못하고 일상은 흘러만 갔구나.
어찌 보면 참 줏대 없이 변해가는 가을의 모습처럼 요즘의 저도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네요.

가을을 지나갈수록 연말이 다가오잖아요. 올해도 벌써 삼분의 일밖에 남지 않았어요.

나는 아직 올해의 중간 어디쯤에서 허우적대고 있는데, 시간만 재촉 대며 지나가나 봐요.

조금만 있으면 낙엽도 떨어질 텐데. 노을빛은 좀 더 옅어질 텐데. 바람은 더욱 거세질 텐데.

따스한 아침의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올해도 머지않게 되었네요.

나는 그동안 착실히 지나가고 있었을까.

내가 원하는 것들을 잘 이뤄나가고 있을까. 일 년의 끝에서 후회 없이 한 해를 보내줄 수 있을까.

생각과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몸은 스러져도 마음은 스러지지 않았으면. 흩뿌려지는 일상에서 확실한 나 자신을 놓치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