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다섯.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 by 비안

이제는 카디건이나 외투를 꺼내 입을 계절

2022. 9. 28.

사계절에 맞추어 4인의 계절을 담아 보내요.

📮 계절의 갈피

가을 다섯.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

출근길과 퇴근길의 쌀쌀해지는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는 걸 보니 계절이 바뀜을 느낀다. 이제는 카디건이나 외투를 꺼내 입을 계절임을 알리고 있다. 어느새 길거리를 보면, 반소매를 입고 있는 여름의 흔적보다, 옷 입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가을의 흔적이 눈에 밟힌다. 셔츠와 함께 카디건을 입고 다니시는 분들. 전형적인 직장인의 룩북.

아, 이제 또 옷이 없다며 불평하고, 옷을 사야 하는데, 살 돈이 없다며 푸념할 시기구나 하고.

우리네가 두 겹의 옷으로 자신을 꽁꽁 싸매는 것처럼, 나무들도 스멀스멀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다. 카뮈가 말했듯이,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라 한다. 봄에는 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늘 나무에 삶을 기대게 된다.

가을을 수놓는 단풍들을 가진 나무는, 매년 수십만 송이의 꽃을 피운다고 한다. 한 송이가 만들어내는 수십만 개의 꽃가루는 초신성과 같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 톨의 가능성은 누군가의 사계절을 만들어주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그들의 가능성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나는 어떤 가능성을 가진 사람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나무처럼 누군가를 기쁘게도 할 수 있고, 그늘이 되어줄 수 있는 쉼터 같은 사람인지. 아니면 그저 내 삶을 묵묵하게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자립심이 있는 사람인지.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터에 홀로 있는 나무들을 보면, 홀로 세상에 던져진 나와 같은 외톨이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외톨이기에 자신의 것을 더 멀리 퍼지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다른 이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삶에 기투하는 이랄까.

수백 년을 내다보는 나무들은, 늘 두 번째 봄을 맞이하기 위해 매년을 버틴다. 지는 날이 있으면, 피는 날도 있는 법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며 살아가는 나무들을 바라보면, 나도 이듬해의 가을을 기다릴 수 있겠지. 하며 내년을 생각하게 된다. 오늘만 바라보고, 오늘의 일들만 해치우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내게, 삶의 자세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다채롭게 물 들어가는 단풍잎을 바라보며 내 삶은 어떤 색으로 채색할지 물감을 고르게 된다.

가을은 그렇게 두 번째 봄을 맞이하고,
나는 두 번째 봄을 다시 보게 된다.

📮 계절의 갈피

님의 두 번째 봄은 어떻게 마주하고 계신가요?

시절 : 점차 초록을 잃어가는 잎을 피어나는 가을의 꽃이라 생각하고 보니 두 번째 봄이라는 말이 제법 와닿습니다. 단풍과 꽃. 아주 잠깐 머물다 떠나버린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네요. 10월을 앞두고 있어요. 매년 이즈음엔 지나서 온 시간을 점검하고 남은 시간을 고민합니다. 스치듯 지나갈 가을이라면 보다 잘 만끽하고 잘 보내주어야겠습니다. 9월의 끄트머리에서, 편안한 저녁 보내시길 바라요.

필 : 가을은 몰래 왔다가 슬쩍 가버리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선선해진 바람과, 사람들의 옷차림들을 보며 가을이구나 싶다가도 어느새 겨울을 준비하고 있달까요. 그래서 순간순간의 가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행동하곤 합니다.

아직은 조금 덥더라도 긴소매 옷을 챙겨 입거나, 붉은 하늘을 사진으로 간직하거나,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방법 등으로 말이죠. 여름의 반대는 겨울이지만 봄의 반대는 가을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두 계절이 조금 닮아있달까요. 여름을 대비하기 전 봄을 만끽하는 것처럼 겨울을 대비하기 전에 가을을 만끽한달까요. 다들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겠지만 스쳐 지나가는 가을을 자주 붙잡아 보는 건 어떨까요 :)

성와니 : 단풍이 열린 가을 길은 다채롭고 활기찬 느낌을 주는가 하면, 단풍이 내린 가을 길은 을씨년스러우면서도 쓸쓸한 느낌을 줘요. 한 계절 안에 여러 모습을 지니고 있는 가을은 제 기분도 들썩이게 만드네요. 밤낮의 온도 차처럼 달라지는 마음들도 그렇고요. 많은 생각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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