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셋. 행복이 뜬구름처럼 느껴질 때 by 시절

그런 날엔 어김없이 갤러리를 올려본다

2022. 8. 17.

📮 계절의 갈피

여름 셋, 행복이 뜬구름처럼 느껴질 때

그런 날이 있다. 좋은 글에도, 좋은 날씨에도 그 어떤 공명이 느껴지지 않는 날.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만 가득한 하루 말이다.

그런 날엔 어김없이 갤러리의 스크롤을 올려본다.

지난 내가 부단히 담아 온 시선이 가득한 공간, 그중 하나의 기억을 비밀스레 꺼내본다. 순간들을 살피며 그때의 기분들을 곱씹는다. 달곰할 수밖에 없는 기억을 골라, 행복에 푹 절여진 추억을 꺼내 먹는다.

오늘은 작년의 제주 여행을 택했다. 작년 겨울, 다가오는 내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S와 떠난 여행. 주변인 기준 제주도 여행은 짧으면 3박 4일, 길면 일주일 정도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러모로 여건이 안 되어 보통보다 짧은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다.

몸담은 시간은 짧았지만 담아온 기억들은 시간 대비 값졌다. 제주의 여운은 오랜 시간 마음을 휘저었고, 나는 짧지 않은 기간 제주병 (?) 을 앓았다.

섬을 좋아한다. 도시보단 휴양지가, 육지보단 섬이 좋다. 이런 내 취향은 어느 것에나 한결같다.

'책, 글, 새벽, 홍차'

왜인지 차분하고 고요한 것을 좋아한다. 짐작건대 취향은 무의식의 아우성이다. 잡음 없는 일상을 소원하는 내가 피치 못하게 애정 하는 것들. 작년 이맘때 즈음 푹 빠졌던 카페 이름조차 '깊고, 낮고, 고요한 것들' 이었다.

바다를 가는 것은 그런 일 같다.

마음의 고향을 찾아 적요하게 자연으로 눈을 돌리는 일, 소음에서 멀어져 물결 소리를 얻어오는 일, 그 소리로 빈틈 많은 마음 결을 메우는 일.

신기하다. 자연 속에 있을 때에 행복은 별거 아닌 듯 나를 따라온다.

우리는 섬의 가장자리를 따라 달렸다. 우연히 마주할 운명 같은 경치를 상상하며, 목적지는 까맣게 잊은 채 무작정 달렸다. 그러다 머물고 싶은 풍경을 만나면 잠시 멈춰 그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오래 담고 싶었다. 작은 눈동자에 너른 바다를 최대한 깊게 간직하고 싶었다. 눈의 그릇이 어떤 크기를 지닌지 알 수 없지만, 오래 바라본 시간만큼 여운의 크기도 비례하는 듯했다.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시간을 넘는 행복을 선물해 주고 있으니까.

여행을 유예한지 n 개월 째, 머지않아 바다를 한 아름 담아올 생각이다. 무르익는 붉은빛을,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를.

그것이 내는 소리로 마음 틈을 메워주어야지.

📮 계절의 갈피

의 여름은 어떠신가요?

비안 : 저는 이번 여름에 강원도 속초에 다녀왔어요.

3년이 남짓한 시간동안 바다와 지겹도록 마주했는데도, 모래사장이 가득한 해변에서 몸을 내던지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군인일 때랑 아닐 때랑 바다를 마주하는 건 전혀 다른 기분이더군요. 물론 바다만 가면 산이 아쉬워할까봐 산도 함께 갔습니다. 더위에 쓰러질까봐 케이블카라는 치트키를 쓰고 한 방에 휙 하고 올라갔지만요. 어쨌든 등산이라는 건 산에 오르는 행위니, 저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올라간게 아니겠습니까.

여름의 무더위는 너 그러다 더 열받는다? 한 번 쉬었다 가는 게 어때? 바다도 시원하고, 산도 시원할꺼야. 하는 유예의 기간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을 위해 유예하는 기간으로 여름을 써보는 건 어떨까요. 유예하는 기간이 오예~ 하는 기간으로 더 큰 추억이 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