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둘. 숨바꼭질 by 필

무더위는 쏟아지고 빗방울은 발목을 적시네

2022. 8. 10.

🔖여름 둘. 숨바꼭질 by 필

📮 계절의 갈피

여름 둘, 숨바꼭질

무더위가 쏟아지고 때로는 무수한 빗방울들이 발목을 적시는 완연한 여름입니다. 저는 이 여름을 주로 제 공간에서 숨어 지내고 있습니다. 지하철역 한 켠에 자리한 사무실, 그리고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저만의 집에서 말이죠. 두 공간 모두 햇볕과 빗방울들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 그렇게 피서하며 지내고 있습니다.이렇게 여름을 피해다니던 중, 문득 사람들이 여름을 보내는 것이 꼭 숨바꼭질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름이 술래인 차례에는 저처럼 여름을 피해 집으로, 카페로, 에어컨이라는 안전지대를 찾아 다니고, 우리가 술래인 차례에는 계곡이며, 바다며 여름을 잡으러 다닌달까요.저는 올 여름을 피해만 다니고 있지만, 용기를 내어 술래가 되어 볼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걸 휴가계획이라고 부르곤 하죠. 아랫 지방에 사는 저는 상경을 하여 전우들과 같이 여름과 싸우기도, 바다라는 전차를 타고 수중전을 하기도, 이카로스와는 역설되게 날개를 달고 패러글라이딩하며 바람을 가를 계획도 세웠답니다.

중간중간, 카페인이라는 영약을 차갑게 마시며 체력관리를 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고요. 여름이라는 커다른 술래를 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또, 여름이라는 술래는 모기라는 짜증나는 부하를 거느리고 있지요. 여름과의 숨바꼭질을 마냥 즐길 수 없는 이유가 이 녀석일 것 같습니다.

올해는 여름의 힘이 너무 쎈 나머지 모기들도 녹아내리고 있는 것 같지만요.여름과 같은 편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기도 하면서, 서로 다른 편이기에 이런 술래잡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여름과의 숨바꼭질에 대한 난이도가 예전보다 많이 높아진 것도 같습니다.

저도 지구라는 관리자의 눈치를 보며 술래잡기를 하도록 노력해보아야겠습니다.

여러분은 여름과 숨바꼭질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 계절의 갈피

당신의 여름은 어떠신가요?

비안 : 여름만 되면 태양을 피하고 싶고, 모기를 피하고 싶고, 피하고 싶은 건 참 투성인데 술래잡기로 바꿀 수 있다니 놀랍네요. 이러면 여름이 날 피하는 게 되는거잖아요? 예술가적으로 산다는 게 이런 의미의 역전일까 싶습니다.

저는 이번 여름을 글감을 쫓아다니는 술래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금년 여름에는 유독 많은 글을 쓰고 있어요. 물론 일을 하면서 쓰는 글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쓰는 글도 꽤나 많답니다. 이렇게까지 회고와 일기를 열심히 썼었나 싶네요. 가끔은 글 쓰느라 열 받은 손과 뇌를 좀 식혀주기도 해야하는데 말이죠.

이번 여름은 이렇게도 열심히,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이열치열의 여름입니다.

시절 : 더위와 습한 향기가 여전한 늦여름입니다. 떠나기 싫은 여름이 치기 어린 심술을 부리는 듯 유독 변덕스러운 절기이지요. 어느 곳은 폭우가, 어느 곳은 폭염이 말썽이라고 합니다.

이런 여름의 변덕에 고군분투하는 모양을 술래잡기, 숨바꼭질과 같은 놀이로 빗대어 표현한 점이 참 유쾌하게 와닿았어요.

사실, 저는 여름만의 녹잎, 특유의 진득한 내음과 팽팽한 볕을 미워하지 않는 편입니다. 이 계절의 저는 안보다는 밖에서, 녹색 곁에 머물며 여름만의 풍경을 부지런히 마음에 담곤 합니다.

남은 여름도 그렇게 곧 옅어질 후더분함과 초록을 만끽하며 보낼 생각이에요.

늦여름의 짓궃은 심술에도 건강한 8월 보내시길. 🙏

성와니 : 더위는 매번 얕보다가 호되게 당하는 것 같아요. 겨울을 너무 많이 타서 조금은 덥더라도 껴입는 편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여름에는 날씨를 잘 보지 않고 입고 나가요. 걷다 보면 어, 덥네? 하고 깨닫지만 대수롭지 않고 넘겨요. 땀으로 샤워를 한 채로 도착하면 그제서야 얕은 후회를 하죠.

그래서 더위와 숨바꼭질을 하면 매번 지는 편이랍니다.

더위 나기를 등한시 하기보다는, 폭염에 사고 회로 가 살짝 고장 나서 그런가 봐요.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여러 군데 신경 쓸 정신이 없었거든요. 인간에게 쾌적한 환경이란 정말 중요한가 보구나, 하는 요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