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넷. 녹아버릴 것만 같아서 by 성와니

갈수록 햇볕이 뜨거워지는 어느날

2022. 8. 24.

📮 계절의 갈피

여름 넷. 녹아버릴 것만 같아서

갈수록 햇볕이 뜨거워지네요. 겨울이 싫었던 저는 여름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 대비를 안 했지 뭐예요. 이 열기라는 녀석은 자꾸만 사람을 괴롭혀요. 일에 집중하기 힘들게 하고, 생각을 좀먹어서 글도 안 써졌어요. 가만히 있기도 힘들어서 선풍기와 에어컨 바람에 의지하며 지내고 있어요.

준비하던 취업 프로그램이 덜컥 돼버려서, 저는 더위와 집중을 핑계로 독립에 성공했어요. 사람이 환경이 달라지면 생각과 마음도 달라지는 걸까요? 가족의 장남이라는 무게와, 여러 모임에서의 책임감에서 벗어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한결 편안해지고 자유롭다 느꼈어요. 주체적인 삶의 의미와 인생의 목표를 수립하는 일도 덜 부담스러워지고요.

물론 그렇다고 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피하진 못했죠. 이따금 에어컨도 켜고, 선풍기 바람에 몸을 뉘고. 여름을 대하는 방식은 비슷할지 몰라도 마음은 좀 달라졌어요. "더워 죽겠다."에서 "좀 더우면 어때."로요.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힘든 생각이 들지 않도록 도와줬지만, 그래도 이글거리는 열기를 다 이기기엔 부족했나 봐요. 왜 우리의 여름은 갈수록 뜨거워지는 걸까요.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답니다. 우리는 갈수록 여름이 더욱더 덥다고 느끼고, 매년 최고기온이 상승하기도 하지만, "쾌적한 환경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도 갈수록 심하게 느껴지는 더위에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고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죠. 에어컨과 선풍기에 길든 신체는 뜨거운 실외 환경이 점점 낯설어졌을까요.

자연에서 창조된 인간은 그들이 만든 환경에 자꾸 적응해버려서 집으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리 더운 날이 아니면, 더운 공기에 몸을 단련해요(?).

우중충한 바람도 맞아보고, 땀도 흘려보고. 조금 조금씩 버텨나가면, 다음 여름을 버티는 기운이 되겠지.

여러분이 기억하는 가장 더웠던 여름은 어땠었나요?

📮 계절의 갈피

에게 있어 가장 더운 여름은 어땠었나요?

비안 : 8월 초 속초에 이어 지난주에는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여행만 다니는 사람 같네요. 여름이 한풀 꺾여가듯, 제가 좋은 시절도 다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일에만 집중해야겠어요.

말복 이후 꺾인 여름의 더위는 출근길과 퇴근길에 만나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멀리 가버린 듯합니다. 추위가 찾아오면 또 여름의 싱그러움이 그리워지겠죠.

제가 느낀 정말 녹아버릴 것만 같은 더위는, 바다 한 가운데서 느낀 습도 100% 무더위였습니다. 마치 제 주변이 습식사우나가 된 기분이었어요. 찌는 듯한 더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온몸을 땀으로 적셔주었습니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반가울 정도였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또 경험하고 싶지는 않은 경험이네요.

막간 상식으로 더위를 말하는 표현은 보통 불볕더위와 무더위가 있는데요. 둘은 뜻이 다르다는 거 알고 계시는가요? 무더위는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한 더위를 이야기하고, 불볕더위는 습도는 낮지만, 태양이 작열하는 더위를 이야기한답니다.

지나가는 여름을 기리며, 다음 여름에 꼭 사용해보도록 해요!

필 : 매년 여름이 그렇듯이 이번 여름도 유난히 덥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성인이 되기 전, 학생 신분이었을 때는 여기저기서 이열치열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던 것 같아요. 뜨거운 건 뜨거운 것으로 이긴다며 더운 음식을 먹는다거나 하는 느낌으로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열치열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옛말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이열치열을 할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삶이 너무 더워져 버린 까닭일까 모르겠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가장 더운 여름은 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아요. 밖을 돌아다니며 영상을 찍고, 저녁에 축구를 했는데 더위를 커다랗게 먹은 나머지 며칠을 힘들어했던 것 같네요.

그 기억에 올해는 실내를 찾아다니며 피하고 있습니다. 모두 아프지 않은 여름이 되시길 바랄게요!

시절 : 저는 더위보다 추위를 타는 체질을 타고났어요. 그 덕에 사람들이 질색하는 여름을 거리낌 없이 마구 좋아할 수 있답니다. 오감으로는 큰 더위를 느끼지 않지만, 유독 축 처지는 더운 마음으로 이번 여름을 보냈어요. 그 더운 마음을 이겨내는 과정이 글쓴이의 더위를 다루는 방식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더워 죽겠다."에서 "좀 더우면 어때."로 말이죠.

다가오는 가을은 마음을 가볍게 먹고, 선선한 기운으로 마음을 환기해주고 싶어요. 모쪼록 남은 여름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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