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었는데도 제법 쌀쌀합니다. 이 계절을 봄이라고 부르기엔 좀 이를까요. 아직도 매번 출근길에 날씨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네요. 매일 달라지는 봄바람의 강도는 자주 머릿속을 헤집어 놓아요.

요즘은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아집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방식이 과연 옳았을까. 내가 한 선택이 최선이었을까. 어떤 일에 임하고자 했던 생각만큼 노력을 많이 했었을까. 연초에 했던 올해의 다짐, 열심히 해내고자 하는 마음은 늘 그렇듯 예상하지 못한 일들 때문에 밀리고 말았죠. 계획이란 늘 밀리고, 생각이란 매일 변하지만, ‘올해는 다를 거야’라고 과하게 마음먹었나 봐요. 마음에 너무 힘을 주고 살았나 봐요. 기대가 큰 만큼 아쉬움도 크다고, 괜한 생각이 자주 드네요.

무언가를 더 해내야 하는데, ‘또 이뤄내지 못하면 어떡하지.’, ‘같은 실수를 범하면 안 되는데.’ 같은 걱정이 먼저 들어요. 계절은 갈수록 푸르러지는데, 이파리는 점차 파릇파릇해지는데. 마음은 봄을 맞이할 기분이 아니었구나.

가끔 따뜻해지는 말엔 산책하러 나가곤 합니다. 조용히 길을 걷다 보면 생각이 깊어지기도 하고, 정리되기도 합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좋아서, 노래보단 바람 소리, 일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돼요. 개인과 삶에 갇혀있던 생각들을 비워내고, 밝고 잔잔한 봄의 기운을 받아들여 봐야지.

겨울을 버티고 솟아난 나뭇가지에서 조금씩 새순이 돋아납니다. 살아가기 위해 자기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게 얼마나 아프고 힘들까. 그런데도 결국 이파리를 내어놓는구나. 결국 피어나는구나.

심란한 마음을 조금씩 일깨웠던 건 조용히 변해가는 주변의 봄이었을까. 겨울에 갇혀있지 말고, 계속 나아가보자고.

짊어졌던 고민, 걱정들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많은 대비책을 주기도 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어요. 점차 봄다운 봄으로 변해가는 바람처럼, ‘나 자신도 바뀔 수 있는 시기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바꿔보려고요.

힘줬던 마음을 놓고, 걱정은 조금만 덜고, ‘이러면 어떡하지!’ 보단 ‘이래도 괜찮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