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나. 글쓰기 좋은 계절 by 비안

그토록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2022. 8. 3.

📮 계절의 갈피

여름 하나, 글쓰기 좋은 계절

여름이 다가올 무렵,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글쓰기 모임을 무턱대고 시작했습니다. 그동안의 나태함을 혼낸다는 의미에서 이름은 글로벌로 지었습니다. 매일 글쓰기로 벌을 받자는 의미에서 글로벌이었죠.

벌써 7기까지 해왔는데, 글로벌 1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람만 무턱 모아놓고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 맞는지 의구심이 들때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은, 전 제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사람을 모으게 하는 재주가 있구나 싶더군요.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지만, 무엇을 능동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사람에게 환멸을 느끼기도 하지만, 사람을 애정하기도 하는 모순형용적인 사람이 저였습니다. 여름의 무더위는 싫지만, 여름이 만들어준 더위 덕에 바다를 더 시원하게 만끽할 수 있는 것처럼요.

더위로 지칠 때면 소설을 찾았습니다. 아이스 커피 한 잔에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 읽는 소설은 더할나위 없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 여러 인생을 살아볼 수 있어 좋아했습니다. 내가 아닌 타자가 되어 보기도 하고, 그 과정 속에서 저 자신을 더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듯 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소설 속 주인공의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말이지요.

아쉽게도 소설과 달리 시를 찾지는 않았습니다. 소설은 세계의 자아화라면, 시는 자아의 세계화라 타인이 만들어 낸 세계를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시는 더 더운 곳으로, 인내의 장소로 데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시를 쓰는 실력 또한 형편없다 생각했기에 시는 더 멀리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에는 시를 읽고, 써보려고 노력합니다. 나의 취향에만 맞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불편함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불편함이 나의 성장지표가 될 수 있으니까요. 에세이를 써온다고 해서, 소설 쓰기를 배울 필요가 없는 건 아니겠죠.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면서 글쓰기의 지평을 훨씬 더 넓힐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번 여름을 쓰면서 보내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여름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 계절의 갈피

당신의 여름은 어떠신가요?

필 : 무더운 여름 속에서 그늘을 찾아가며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햇볕이 들지 않도록 블라인드를 내리고, 선풍기를 돌리고, 에어컨 그늘 밑만 찾아다니고 있네요.

예전에는 나무 그늘을 찾기도 했었지만 이제 더이상 그곳은 그늘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네요.

요즘은 마음의 그늘도 필요한 것 같아요. 과거에는 나를 피헤 사람들의 그늘에 숨어다녔는데, 지금은 사람들을 피해 저의 그늘로 더 자주 숨고 있어요.

생각보다 이 그늘이 더 아늑하고 시원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욕심이겠지만 제 그늘이 조금 더 큰 그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네요. 누군가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정도의 :)

시절 : 여름, 한 해의 두 번째 계절이지만 그 시작이 6월이라 한 해의 절반이 지난 시점입니다. 그 때문일까요, 여름이 올 무렵이 되면 지난 반년을 돌아보며 허둥지둥 시간의 꽁무니를 쫓게 되는 거 같아요.

불편함이 성장지표가 된다는 말에 크게 공감합니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불편함을 느껴보는 일. 유독 나태했던 그 해, 덜컥 벌이라 칭하며 시작했던 글쓰기 모임이 그에 걸맞은 일이 아닐까 생각되어요.

여름 또한 막바지를 달리는 지금,

비안님의 글을 통해 일상의 익숙함과 저버리고 있는 불편함을 살펴보게 됩니다. 남은 여름은 불편함 쪽에 몸을 기울고 지평을 넓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그 작업이 남은 여름날을 더 촘촘히 채워주길 바라며

8월 3일, 늦여름 답글을 마칩니다.

성와니 : 원래 봄마다 새로운 일을 하고, 목표를 세우게 되었는데 올해는 여름부터 바빠졌어요. 올해 초부터 시작하려던 일이 잘 안되어 의도치 않은 공백기를 가졌고, 조바심 갖지 않고 쉬면서 잔잔히 지내왔어요.

한여름에 새로운 일이 시작되니, 이번 여름은 독립이자 시작의 계절이 되었네요.

처음으로 집을 떠나 살아보고, 모든 일을 내가 계획해보고,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과 배워가고 있어요. 내가 가는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불안했던 나날들을 지나, 이젠 뚜렷하게 보이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어요. 정신없이 바빠지니 글과 책에도 소홀해졌지만, 생각하는 시간 만큼은 계속 그랬던 것처럼 꾸준히 가지려 해요.

"더위에 녹아버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으로 지내자"

이번 계절의 목표네요. 물론, 더워서 선풍기 앞에 찰싹 달라붙는 건 어쩔 수 없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