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덟. 죽기 전에 하나의 노래를 들어야 한다면 by 필

소멸의 계절인 겨울을 보내면서

2023. 1. 25.

사계절에 맞추어 4인의 계절을 담아 보내요.

📮 계절의 갈피

겨울 여덟. 죽기 전에 하나의 노래를 들어야 한다면

소멸의 계절인 겨울을 보내고 있는 탓인지 모르겠으나 죽음과 애도에 대한 질문과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무언가를 얻기보다는 잃는 게 많은 이번 겨울이라서 더 그런 걸까요.

요즘 누군가를 만나면 “죽기 전에 하나의 음악을 들어야 한다면 어떤 노래를 들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죽음과 소멸을 대하는 태도는 모두가 다르겠으나 노래라는 매개체가 들어간다면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궁금했달까요.

저의 질문에 누군가는 본인의 노래를 꺼내놓고, 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죽기 전에 노래를 왜 듣냐며 제 질문에 이견을 주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그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듣고 싶었습니다.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내 고민을 발견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시감과 함께 말이죠.

제가 꼽은 노래는 김오키의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입니다.

가사 없이 10분 정도 진행되는 재즈인 노래인데요, 우선 세상에 점도면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점도면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저는 무언가 끈적하고 아주 뜨거운 태양의 표면이 떠오르더군요. 아마 이 이미지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뜨거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은 제가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뜨거운 사랑의 이미지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이런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에 대한 이미지를 느끼며 소멸하고 싶습니다.

조금은 허무맹랑하고 이상한 질문과 답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런 것들을 켜켜이 쌓아가며 살아가는 것이 즐겁습니다.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삶의 부분이랄까요.

계절의 갈피 독자님들과도 한 번 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죽기 직전에 하나의 음악을 들어야 한다면 어떤 노래를 들으실 건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저희에게 공유해주셔도 감사할 것 같습니다.

P.S 날이 더 추워진다고 합니다. 공기가 제법 차가운 겨울 여러분의 마음만은 안온하길 바랍니다.

📮 계절의 갈피

님은 어떤 노래를 들으실 건가요?

시절 : 어려운 질문이에요.

우리네 생에서 가장 자연적인 사건은 죽음과 소멸이고, 죽음은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가장 큰 증거이지만 예사롭지 않게 여겨져 그 순간을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알고 보면 늘 도처에 있는 죽음과 소멸은 우리의 삶이 한낱 꿈, 신기루 같은 무엇이 아닐까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제가 죽기 전에 들을 단 하나의 곡을 선택해야 한다면 ‘꿈속에 있는듯한 느낌’을 주는 곡을 고를 것 같습니다.

아직 그 감상에 꼭 맞는 곡을 찾지 못한 것 같아요. 찾게 된다면 꼭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비안 : 점도면에서 최대의 사랑이라는 곡을 처음 알게 된 곳이 광주에 있는 바 형태의 조그마한 카페, ‘도시’였던 게 기억나네요.

죽기 직전에 하나의 음악을 듣는다면, 저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듣고 싶네요. 원곡은 원래 일레트로닉 곡이라는데, 저는 피아노 커버 버전이 좋더라고요.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영문제목이면서도, 영화의 메인 테마곡이라고 해요.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듯 무엇인가 다 끝나고 후련함과 쓸쓸함과 외로움이 사무치는 곡이라 느껴집니다.

마지막의 나의 삶을 돌아보고,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삶의 일부에서 그리움을 느끼기도, 슬픔을 느끼기도, 행복을 느끼면서 이렇게 가는구나 하고 눈을 감을 수 있을 곡이에요.

성와니 : 저는 두 개의 곡이 생각나네요.

첫 번째는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예요. 이 노래는 자주 들으면 그 감흥이 감화되어서, 정말 지칠 때나 힘들었을 때 듣곤 했죠. 죽기 전에 듣는다면 그동안의 일생을 수고했다는 의미가 될 것 같아 꼽았습니다.

두 번째는 Hans zimmer 작곡가의 <Time> 입니다. 제 인생영화인 <inception> OST 이기도 하죠. 사실 인셉션에서 <Dream is Collapsing>을 제일 좋아하긴 합니다만, <Time>은 주제를 관통하는 분위기를 주기도 하고, 일생이라는 ‘시간’을 빗대어 표현한 느낌도 들어서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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