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고 가장 먼저 결심한 일이 있다면 바로 달리기였다. 여태까지 누적 달리기가 610km 정도 되는데 대부분이 2021년에 머물렀고 2022년에는 100km도 안 되는 고작 89km를 달렸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변화를 많이 느꼈기에 꼭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대한민국의 특성상 실외에서 제일 뛰기 좋은 계절은 봄과 가을 정도다. 선선한 바람과 뛰고 나면 느끼는 상쾌함은 날씨와 풍경에 맞물려 배가 된다. 이에 반해 여름은 해가 저물 저녁에 뛰어야 그나마 기온을 이겨낼 수 있고, 겨울은 오후에 뛰어야 그나마 덜 춥게 뛸 수 있다.

그렇기에 여름 러닝도 겨울 러닝도 가장 큰 장벽이 바로 ‘밖을 나서는 일’이다. 밖과 안의 온도 차가 심하게 느껴지다 보니 나서기가 꺼려진다. 전기장판에 몸을 지지고 있으면 내 몸은 무슨 흘러내린 마시멜로 상태가 되어 침대 밖을 벗어나지 않는다. 5분 뒤에 나가야지, 15분 뒤에 나가야지. 미루면서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도망간다.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뛰어야겠군! 하면서 꽃 중의 꽃 자기 합리화를 피워낸다. 겨울에 가장 많이 피는 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왜 우리는 자꾸 해야 할 일을 미루게 될까.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려고 할 때 뇌에서는 고통과 관련된 영역이 활성화된다. 고통스럽기에 자꾸 미루게 된다. 재밌는 지점은 하기 싫은 일을 시작하기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고통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신경적 불편함이 사라지면 죽도록 하기 싫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많은 헬스장에서 <헬스장 가는 일>이 제일 어렵고 운동이 쉽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하기 싫은 일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미루고 나면, 우리는 단순한 쾌락을 찾는다. 예를 들어 숏폼 영상을 보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웹툰을 보거나, 웹 서핑을 하는 등. 이 행위는 '잠시' 동안만 기분이 좋아진다. 해야 했지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오는 후회나 죄책감은 더 오래간다.

또 후회로, 또 자기합리화로 하루를 마무리하지 않기 위해, 춥지만 밖을 나서기 위한 채비를 한다. 한 단계 한 단계 쪼개는 일이다. 일단 일어나는 일부터,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는 일, 양말을 신는 일, 러닝을 위한 복대 착용까지. 헤어 밴드와 장갑까지 끼면 겨울 러닝 세트가 완성된다. 이렇게까지 준비하면 나갈 수밖에 없게 된다. 어머니나 아버지께서 ‘밖에 나가니?’라고 묻는데 안 나갈 수가 없다.

나오는 일은 그렇게 싫었지만, 밖으로 나와 천천히 워밍업을 하다 보면 나오길 잘했다고 느낀다.

궂은 날씨임에도 미루지 않고 오늘도 달리기하러 밖을 나선 나를 칭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