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얼어붙었던 빙판길이 점점 사그라진다. 날이 갈수록 본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눈사람들은 작은 덩어리가 되어 사라져갔다. 바람은 여느 때처럼 차가 왔지만, 온기가 돌아오는 느낌은 확연했다.

벌써 겨울이 지나가고 있나.

지난주, 일 년의 마지막 날. 지인들과 전주에 들렀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념으로 뜻깊은 계획을 세웠지만, 어쩌다 보니 틀어져서 즉흥 여행이 되어버렸다. 셋 다 풀이 죽어서 찬바람 속에 터벅터벅 걸으며 돌아다녔었다.

하지만 들리는 곳마다 뜻밖의 소소한 행복이 있었다. 북 카페에서는 따스함을, 길거리에서는 새로움을, 갑자기 보았던 관상에서는 신기함을.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일 년간의 일들과 고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작년의 말미에 미련처럼 남았던 생각들을 그곳에 두고 온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기분도 풀리고, 쌓아두었던 고민과 걱정도 슬슬 풀리더라.

사실, 걱정이라는 게 일어나지 않을 일을 생각하는 것 아니던가. 여행의 기분에 빠져 잡념들을 떨치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나는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 하더라도 ‘그때 이랬으면 낫지 않았을까.’, ‘이랬었다면, 저랬었다면’ 하는 마음이 심연에 가라앉는다. 처음엔 그런 마음가짐이 미래에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지만, 새로운 생각의 바짓가랑이만 잡는 격이 되었다.

과거에 잠기는 건 좋지만, 가라앉을 뻔했었구나.

잡념은 결국 내게 독이었다. 일 년의 끄트머리에 필요한 건 떨쳐내는 연습이었구나.

새로운 마음에 새로운 생각이 깃드는 법이니까.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쉬이 바뀌지 않는다. 마음을 먹는다는 건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 늘 급하게 변하면 탈이 났다. 식습관도, 생활도, 마음가짐도. 중요한 건 점차 변해야겠다는 조금의 변화된 생각, 조금은 다른 내일이더라. 갑자기 희망을 품기보단 조금의 행복에 만족하면서. 잡념을 없애기보단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꿔가면서. 계절의 순환이 머지않았다.

작년 이맘때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또 나는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잡념은 하나둘씩 내려놓고, 내일에는 좀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