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둘. 오들오들 추위 속 눈송이는 언제쯤 by 성와니

어릴 적 겨울밤 바램은 항상 눈이었다

2022. 12. 14.

사계절에 맞추어 4인의 계절을 담아 보내요.

📮 계절의 갈피

겨울 둘. 오들오들 추위 속 눈송이는 언제쯤

어릴 적 겨울밤 바램은 항상 눈이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면 소복이 쌓여있는 하얀 눈밭을 기대한다. 하얀 도화지에 발자국을 뽀득, 하고 누르는 느낌이 간질거렸다. 손이 아려도 주먹 감싸 쥐는 눈의 느낌은 차갑게 좋았다. 혼자서 마당과 계단의 눈을 모아 작은 눈사람을 만들곤 했다. 시간이 흘러 작아져 가는 눈사람이 아쉬워 냉동실에 모셨었지.

하지만 요즘의 겨울엔 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12월의 눈은 찾아보기 힘들고, 내년 초의 폭설을 기대해야 한다. 이건 올해의 눈일까, 내년의 눈일까, 이번 겨울의 눈일까.

하루에 두세 번, 댐과 저수지의 저수율이 낮다며 재난 문자가 온다. 겨울의 가뭄이다. 예상보다 많이 오지 못한 여름의 장맛비가 가을을 거쳐 겨울의 가뭄으로 남았다. 겨울의 첫눈보다는 겨울의 따뜻한 겨울비를 기대해야 하는 시점이다. 낭만은 기대라는 껍질만 남아 찬바람 속을 떠돌았다.

눈이 오지 않으니 정말로 겨울이 온 것인가 싶다. 달력을 보니 12월이라고 한다. 시간을 숫자로 맞이하니 그제야 올해가 끝나가나 싶었다. 나는 올해 못다 한 목표들을 바라보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해오며 걸어왔을 뿐인데. 못다 한 일들이 이렇게 많은데, 올해를 이렇게 보내주어도 될까.

원래 올해 목표는 준비하던 취업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끝낸 상태로, 구직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뭐, 어쩌다 보니 반년씩 밀리게 되어, 올해 상반기는 공백기가 되어 버렸다. 정작 지내다 보니 휴식기도 나쁘지 않았다. 몇 년간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찬찬히 해나갔다. 하반기에는 목표하던 취업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열심히 공부하고 주어진 목표를 찬찬히 밟아왔다.

지금 와서 돌아본 올해는 전화위복이자 새옹지마였다. 작은 불운이 작은 행복을 가져오고, 큰 행복이 큰 슬픔을 가져오기도 하고. 좌절된 기회를 더 큰 좋은 기회의 발판으로 삼아 또 다른 것을 해나가고. 참 달콤씁쓸한 한 해였다.

그래도 올해의 마지막은 어렸을 적 마음처럼 하얀 눈밭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눈이 어서 내려서, 올해가 끝났으니 이제 편히 쉬어도 된다고, 마음을 놓고 싶다.

📮 계절의 갈피

님은 어떻게 연말을 맞이하고 있으신가요?

시절 :유독 눈이 안 오는 겨울의 초입이네요. 어릴 적에는 늦가을부터 가득 쌓인 눈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가을의 시간이 길어진 만큼 겨울의 시간이 짤막해진 듯합니다.

저 또한 한동안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 연말을 맞이하였는데요, 빠르게 흘러가 버린 시간이 아쉽다가도 바쁜 시간으로 솎아진 것들이 썩 나쁘진 않습니다.

서울은 굵은 눈송이가 떨어지고 있다고 해요. 우리네 지역도 하루빨리 새하얗게 물들었으면 합니다.

비안 : 눈이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 여기까지 닿았나 봐요. 제가 지내는 천안에는 눈이 펑펑 내려서, 집에 가는 길에 설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계절 중에서 가장 춥고, 행동을 움츠러들게 하는 겨울을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눈을 기다리는 기다림은 언제나 설렜습니다. 처음 유치원 때 썼던 시도 ‘첫눈’이었어요. 그림을 그려 넣는 일종의 동시였는데, 친구와 함께 눈싸움하든 장면을 그렸든 게 생각나네요.

이렇게 우리는 얼마든지 겨울을 사랑할 수 있었네요. 내린 눈을 보면서 마음을 편히 놓고 연말을 맞이하시길 바랄게요.

필 : 저도 12월만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요. 저는 올해를 그저 묵묵히 지나왔을 뿐이고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기뻤던 일들, 아쉬웠던 일들이 아른거려요.

어렸을 때는 한 해가 지나간다는 게 어른이 되어 성장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새해가 두근거렸고, 12월 31일에는 꼭 부모님과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소원을 빌었죠. 하지만 요즘은 어른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싫을 때가 많아요. 사회로 나아갈수록 나는 좀 더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가겠지만, 그만큼 책임져야 할 것들이 생기잖아요. 과거에 동경했던 나의 미래 모습이, 나의 이상적인 모습이 되지 못할까 두렵기도 하고요.

아직 마음만은 어린아이로 남고 싶나 봐요. 우리가 동심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그래도 아쉽고 꺼리는 마음보다는, 올해 이뤘던 것들을 짚어보고, 긍정적인 새해의 다짐으로 이어 나가야겠어요. 결국은, 우리는 또 한 해를 맞이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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