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마지막. 우리는 한 겹 더 몸을 감싸 안고 by 필

세기를 더한 바람은 쌀쌀함을 몰고 오고

2022. 11. 30.

사계절에 맞추어 4인의 계절을 담아 보내요.

📮 계절의 갈피

가을 마지막. 우리는 한 겹 더 몸을 감싸 안고

선선한 바람이 불며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것 같더니, 어느덧 그 바람은 세기를 더해 쌀쌀함이 되어 겨울을 밀고 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꽤 따뜻하다’는 말들을 반소매 옷들 사이에 잘 개어 서랍 속에 넣어야 하는 계절이 된 것 같습니다. 날씨와 관련해서 오로지 춥다는 말만이 우리 얼굴 주위를 맴도는 것 같습니다.

그런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한 겹을 더 덮습니다.

누군가는 따뜻한 스웨터를,

누군가는 두툼한 점퍼를,

누군가는 답답하리만치 포근한 겨울 이불을 꺼내어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의 삶이 이러한 가을과 그 끝자락이 가장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따뜻함보단 차가움이 그 기반을 다지고 있지만,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날이 종종 있기도 합니다. 또 선선한 바람이 불고 맑은 하늘을 가진 날이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우중충하게 비를 내리며 낙엽들을 떨구는 날도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자연의 계절에서 우리는 매서운 추위를 몰고 올겨울을 대비하며 항상 준비하곤 합니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따뜻한 스웨터를, 두툼한 점퍼를, 포근한 이불을 꺼내며 한 겹 더 몸을 감싸 안습니다.

우리의 계절도 언제나 추위를 대비해야 합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가볍게 안아주는 체온을, 같이 흘릴 수 있는 포근한 눈물을 꺼내며 서로를 감싸 안아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계절은 자연의 계절과 조금 다르게 언제 겨울이 몰아칠지 모릅니다.

날이 서 있는 말과 서로를 향한 폭력, 어쩌면 이해할 수 없는 상처들까지 금방이라도 베여 버릴 듯 차갑게 얼어있는 겨울이 항상 주위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소중한 것들에게 스웨터가, 점퍼가, 이불이 되어 한 겹 더 감싸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겨울로부터 서로를 지킬 방법일 테니까요.

아마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가을에 준비하는 따스함이 아닌, 겨울의 매서움이 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것일 테지요.

겨울의 추위가 한 발 더 가까워진 만큼 더욱 따뜻한 마음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저도 누군가의 따스한 스웨터가 되어보도록 따뜻한 말 한마디를 안주머니에 품고 다녀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길에서 반갑게 만나는 따뜻한 포장마차 음식들처럼, 따뜻한 말 한마디를 같이 품고 다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만났을 때 품속에 있는 것을 꺼내며 웃을 그 모습을 상상해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까요.

우리는 그렇게 서로 한 겹 더 감싸 안아줄 수 있는 계절이 되어갈 것 같습니다.

📮 계절의 갈피

님은 어떻게 겨울 대비를 하고 계신가요?

시절 : 가장자리에 남아있던 가을 냄새가 물러갑니다. 코 끝에 찡한 감각이 느껴지는 겨울이 왔어요. 우리는 옷을 덧입고, 나무는 잎을 한겹 벗는 계절입니다.

어제 오후에는 얼음장 같은 손을 주머니에 눌러꽂고 낙엽 위를 걸으며 이아립님의 ‘마중가는 길’ 이라는 곡을 들었어요. 산책 길이 꼭 겨울을 마중하는 길처럼 느껴져 숱이 눈에 띄게 적어진 나무를 한참 바라보았네요.

잎의 부재로 탁 트인 파란 하늘은 날을 더욱 춥게 느껴지게 해요. 올해의 끝이자 겨울의 시작을 의미하는 12월, 몸도 마음도 추워지지 않게 자꾸 데워줘야겠습니다.

비안 :서울은 갑자기 영하권으로 떨어졌어요. 뉴스에서는 올가을 가장 추운 날이라고 말하더라고요. 11월치고는 너무 따뜻해서 정말 날씨가 이상하다 느꼈는데, 갑작스럽게 찾아온 추위는 또 당황스러웠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카디건을 입고도 버틸 수 있었는데 말이죠. 더 두껍게 입고 출근길을 나설 생각을 하니 조금 막막합니다. 졸음은 더 쏟아질 테고, 사람들과의 거리는 더 좁혀지면서 올라오는 짜증을 어떻게 승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겠어요.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겨울이 되는 걸 느끼는 장면은 종을 딸랑딸랑 울리는 구세군 자선냄비였는데 말이죠. 요새는 속는 셈 치고 돕거나, 애초에 의심하는 눈초리로 보게 됩니다. 서로를 한 겹 더 감싸 안아줄 수 있는 계절이어야 하는데 불신의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내가 일조하는 건 아닐까 싶더라고요. 필님의 글을 보며 스스로 반성하게 되네요.

성와니 : 어제오늘 날이 갈수록 쌀쌀해지고 있네요. 조금씩 더 두꺼운 옷을 찾고 있어요. 바람은 차다 못해 얼었고, 그만큼 제 마음도 얼어 가는 것 같아요. 올해 나오는 입김은 왜 이렇게 어색할까요.

여름에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가뭄이 겨울 들어 심각해지나 봐요. 요 며칠 재난 문자로 물 절약에 관한 내용이 많이 왔는데, 정말 생각해보면 비가 거의 오지 않았죠. 얼마 전 외출하려는 데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어요. 우리나라도 갑자기 물 부족이 되어버리면, 당연하게 누리던 물이 아니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올 남은 겨울 동안 나누고 싶은 따뜻한 마음은,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되기로 했어요. 지구의 환경을 더욱 생각해서, 나부터 하나하나 아껴가기로. 그 마음이 이웃에게도 닿기를.

나의 계절을 담아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