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열 둘. 고요한 밤이 찾아왔으면 해 by 성와니

계절은 깊어만 가는데 날씨는 갈수록 회귀하는

2022. 11. 16.

사계절에 맞추어 4인의 계절을 담아 보내요.

📮 계절의 갈피

가을 열 둘. 고요한 밤이 찾아왔으면 해

계절은 깊어만 가는데 날씨는 갈수록 회귀한다. 햇볕은 따스함을 타고 정신에도 영향을 주었을까. 이상하게도, 혼잡한 하루는 변함이 없는데 마음은 평온하다.

요즘은 꼭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가능하다면 산책하고, 아니면 가까운 출근길을 꼭 홀로 걸어간다. 정신적 고요함이 간절한 걸 느꼈기 때문이다. 나름 시원한 아침 한기를 맞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지난밤 쌓아두었던 걱정들이 한 겹씩 중화된다.

나는 혼자 걸을 때 걸음이 무척 빠른 편이다. 목적지에 빨리 가고픈 마음과 다른 이의 걸음에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그래서 도착하면 식은땀이 잘 난다. 하지만 그마저도 좋다. 한기를 느끼는 것보단 조금 더운 게 낫다. 혈액순환이 빨라져 정신이 깰 거라는 합리화도 살짝 해 본다.

산책하는 시간이 없다면 저녁에 나름의 명상 시간을 갖는다. 나는 집에서 항상 음악을 틀어놓는 편이다. 일할 때, 쉴 때, 글을 쓸 때, 놀 때. 모두 다른 장르의 음악을 튼다. 무언가를 하려면 그럴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음악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아주 탁월하다. 글을 쓰거나 생각에 잠기고 싶으면 재즈 음악이나 잔잔한 지브리 음악을 듣는다. 재즈는 마음을 아늑하게 만들고, 지브리 음악은 아련한 동심을 떠오르게 한다.

그렇게 나름대로, 폭풍과 같은 일주일 사이 나만의 오아시스에서 휴식을 청한다. 밤마다 오늘은 고요한 밤이 되었으면, 내일은 잔잔한 하루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애석하게도 바람대로 되는 날은 몇 없다. 사람 사는 일은 생각대로만 되진 않으니까. 그래서 더욱 기대되기도 하니까.

한때는 계획이나 일정을 세분화해서 관리했었다. 나의 목표도, 과정도, 공백도. 내가 그린 그림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게. 보이지 않는 미래는 불안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내일은 대처가 가능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오니 너무 피곤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고, 발생하지 않을 최악의 결과를 상정했다. 글을 쓸 때도 좀 더 나은, 좀 더 완벽한 내용을 담고 싶어 미루고 또 미뤘다.

자신을 불필요한 감옥에 가두는 느낌이 들 때쯤, 나는 하나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마주하다 보면 결국 마음을 놓게 된다.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비단 나쁘게 들진 않았다. 예상할 수 있는 결과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래들도 시각을 바꿔본다.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가지들을 그저 바라보기도 했다. 고민과 걱정을 내려놓고 사는 것도 필요하구나, 타인 없이 고독한 시간도 나쁘지 않았구나.

답답한 마음, 무거운 걱정들을 슬며시 내려놓는다.

열심히 산 나에게, 오늘은 고요한 밤이 찾아왔으면 한다.

📮 계절의 갈피

님은 나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시절 : 요다영님의 심야활동 (深夜活動) 이라는 곡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잠에 들기 전 홀로 생각에 몰입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느지막한 밤에서 이른 새벽 무렵의 시간은 유일하게 온전히 주어진 나만의 시간처럼 느껴져요. 생각을 환기시키기 위한 고요한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같습니다. 몸은 바빠도 마음은 평온한 날들을 이어가시길 바라요!

필 : 밤이 되면 저도 꽤나 마음이 바빠지는 것 같아요. 그동안 미뤄뒀던 하루 일들과, 일상의 일들, 그리고 다가올 내일의 일들까지 저를 찾아오는 친구들이 꽤나 많더라구요. 이런 친구들을 저도 다 만나기에는 벅참을 느낍니다. 그래서 내일의 저에게 조금 양보하곤 하죠. 그렇게 쌓인 일들에 오늘의 저는 어제의 저를 비난하고는 합니다. 그래도 저도 꼭 지키려고 하는 것이 있어요. N인 저는 아무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마구드는 생각을 하나로 가지런하게 만들기 위해 책을 읽곤 합니다. 행복하더라구요. 스스로 하루를 돌아보고 또 내일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원동력이 밤늦게 혼자 읽는 책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이런저런 핑계들로 잘 읽지 않아 제가 덜 행복한 것 같아요. 저만의 고요한 밤인 책 읽는 밤을 사수하기 위해 조금 더 부단히 노력해야겠습니다.

비안 : 호기심도 많고, 하고싶은 일도 많다보니 늘 시간이 부족함을 느껴요.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하는데.. 이런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다보면 조급해지기 마련이죠. 우선 순위를 정해라, 투두리스트를 정해라, 어떤 앱을 써라 하는데 어떤 방법 중에서도 저는 '명상'과 '산책'이 제 답인 듯 해요. 채워내는 과정보다 비워내고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필요하다 느끼거든요. 그때만큼은 '자유'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바쁘게 살아가고, 이뤄내는 성취도 결국엔 내가 더 자유롭게 살아가는 걸 느끼기 위함인데 왜 나는 이 부자유만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 의문이 드는 밤입니다.

더더욱 중요한건 내 몸에 대한 건강이겠죠. 우리 계절의 갈피도, 독자님도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나의 계절을 담아 보내기

📮 계절의 갈피

독자의 갈피,

함께 할 계절의 갈피

🔖 필의 답장

안녕하세요 독자님.

먼저 계절의 갈피와 하나의 갈피를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말씀해주신 내용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노력하면서 사는 것”같습니다. 저도 타인과의 관계에 부단히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그 노력의 주체는 ‘나’이며, 시작점, 중심점, 종착점도 ‘나’라고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계에 대한 노력으로 인해 내가 조금 아프지만 그래도 마음이 좋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아쉽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그렇지만 나의 결, 나의 무늬를 바꾸어 가거나 감추어 가며 누군가에게 맞춰가는 것은 너무 아프고 부서지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결을 가질 때 우리인 법이니까요.
독자님도 스스로의 결을 지키고, 더 아름답게 무늬를 빚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저희의 계절에 하나의 갈피를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가을도, 앞으로 올 겨울도

저희 계절의 갈피와 함께 하길 바라며

계절의 갈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