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계절을 4분할로 나누어 표현한다. 따스한 봄, 무더운 여름, 선선한 가을, 추운 겨울.

나에게는 가을이 가장 결이 잘맞는 계절이다. 따뜻함과 더움 속에서 무언가를 한 겹 벗는 것보다, 선선하고 추움 속에서 무언가 한 겹 더 입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온도를 감내한다면 구애받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옷들을 걸칠 수 있다. 또, 마음껏 거리를 산책하기도,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기도, 조금 따뜻한 곳에 들어가 와인을 마실 수도 있다. 가장 날씨에 간섭받지 않고 자유로운 계절이랄까. 날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어 편안함을 느낀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주변인들과 결을 맞추려 부단히 노력했던 것들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누구나 다 겪는 흔한 이야기겠지만, 나는 계절에 그 말들의 의미를 체감한 것 같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사람이 좋아 곁을 맴돌았다. 그러나 현실은 결국 스스로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나와 다른 결을 가진 사람들과 논쟁하며 힘들어했던 시간들은 넘겨버렸다. 내가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죄인이 되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다.

그저 즐거움만 가득해도 모자란 시간들이기에 나와 유사한 결들로 내 세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렇게 글로 표현하는 내 마음은 결코 아쉽거나 어둡지 않다. 행복을 느끼고 있으며 이를 표현하고 싶다.

멀어지는 사람들을 미워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나에게서 멀어질 뿐 사라지지는 않으니까. 하루를 밝혔던 태양이 내며 노을이 지는 것처럼 내 지구의 저편으로 지는 것뿐이다. 이제는 달이 떠오를 시간이기에 다가오는 달빛을 마주하고, 사랑할 준비를 할 뿐이다.

한때 태양 빛을 강하게 사랑했던 것처럼 이 달빛도 강렬하게 사랑할 것이다. 태양 빛은 너무 밝은 나머지 바라보기에 눈치가 보였지만, 달빛은 자유로운 마음을 가져도 되기에 오래오래 사랑해 볼 심산이다.

누군가 나에게 관계에 대해 질문을 한다면 나는 그 답을 결로 내놓을 것이며, 그 결은 가을이라고 덧붙일 것이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가을이기에.

결이 맞는다는 것을 알려준 가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