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언제나 이별을 했습니다.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많은 마음들이 일렁입니다. 일렁임의 파고를 따라 많은 인연들에게 작별을 고하곤 했습니다.

인연에 대한 선택권 없이, 세상이 정해주는 규칙에 따라야 했던 학창 시절에는 봄이 되면 친구들과 이별을 했습니다.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 정겨웠던 같은 반 친구들과는 다른 반이 되었고, 공동체가 희미해진 우리는 자연스레 멀어지는 인연이 되었습니다. 다른 반이 아니라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더 이상 같은 소속감을 나누지 못하기에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인연으로 남았습니다.

처음으로 인연을 선택할 수 있었던 대학 시절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이별을 했습니다. 의리에 살던 고등학교 친구들과도 각자의 삶에 파묻히며 이별을 하게 되었고, 캠퍼스 곳곳을 함께 몰려 다니던 동기들과도 자연스레 다른 가치관을 걷게 되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며 또 한 번 이별을 경험했습니다. 2년간 붙어 다니며 수많은 술잔을 나누었던 친구들, 크게 바뀌지 않고 반복되는 일상들, 막연하게 느꼈던 집에 대한 향수들. 모두 서서히, 그렇지만 뚜렷하게 사라졌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했던 마음과의 이별도 봄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마음을 건네주고 건네받고, 매일같이 다른 일상을 나누었던 사람과도 따뜻한 봄과 다르게 차갑게 등을 지게 되었습니다.

일을 시작하며 더 많은 존재들과 이별을 했습니다. 멋쩍은 인사를 하며 일에 대한 이야기를 신난 아이처럼 떠들었던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그려봤던 미래들, 모두 현재로 함께 오지 못하고 과거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별들에게 저는 모두 담담한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힘껏 치는 것이 아닌 나와 그 이별한 인연들만 들을 수 있게 옅은 박수소리를 내며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언젠가의 나와 함께 해주어 때론 기뻤다고, 때론 행복했다고, 때론 조금은 섭섭했다고, 그렇지만 고마웠다고. 그래도 그대들이 나를 떠나가는 계절이 따뜻한 봄이기에 너무 아프진 않을까 걱정되진 않았다고.

앞으로 맞이할 봄이 지금까지 맞이한 봄보다 많이 남은 만큼, 수많은 이별 역시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개중에서 가장 두려운 이별은 저 자신과의 이별입니다. 내가 가진 신념과 마음을 잃고 스스로와 이별하면 어떡할까, 더 이상 나는 내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그때도 손뼉을 치며 담담할 수 있을까요.

의연하게 이 마음을 털어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떨리는 손으로 박수를 쳐보고자 합니다.

주먹을 쥐고 가만히 있기보다 소리 내며 손바닥을 마주치는 것이 조금 더 후회 없는 이별일 테니까요.

P.S 이번 봄에도 어김없이 이별을 했습니다.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으니 부단히 기억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누군가는 이별에 의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이별에 담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별에 충분히 아파하려고 합니다. 누군가를 잃는 슬픔을 충분히 느끼는 것조차 그 사람을 기억하는 일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