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열. 찬바람에 덧난 마음 by 성와니

겨울바람은 여느 계절의 바람보다 참 아리다

2023. 2. 8.

사계절에 맞추어 4인의 계절을 담아 보내요.

📮 계절의 갈피

겨울 열. 찬바람에 덧난 마음

올해 초, 폭설이 내렸다. 작년 겨울엔 온종일 눈만 기다렸는데, 크리스마스쯤에 온 눈은 일 년의 너머까지 남았었다. 일 년간의 응어리가 한 번에 내린 걸까. 물론 지금은 다 녹아 사라졌지만, 남은 찬바람은 거리마다 휘날린다.

겨울바람은 여느 계절의 바람보다 참 아리다. 기온도 기온이지만, 살을 에는 추위가 싫었다. 이 시기에는 멋 내고 싶은 많은 옷을 입지 못하고, 가장 따뜻한 패딩을 입고 다녀야만 했다.

요즘 들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작년의 나는 열정이 넘쳤고, 모든 일을 잘 해내려는 욕심이 있었다. 여러 일을 맡았고, 여러 역할을 맡았고, 여러 마음을 쓰고 있었다.

나의 많은 위치와 페르소나들, 뭐든지 해내려는 다짐들은 취지는 좋았지만 조금씩 균열을 일으켰다. 조금씩 피어나는 걱정들은 나를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게 했지만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묻어두었다. 그러다 생긴 몇몇 사건들은 내 모든 마음을 무너뜨렸다.

고심 들여 만든 도미노가, 바람 한 번에 모두 넘어져 버리는 것처럼.

나는 생각을 머릿속에 많이 담아두고 사는 편이다. 긍정보다 걱정들이 많이 잔재한다. 나는 그런 마음들을 쉽게 꺼내어 공유하기가 싫었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는 게 아니라 슬픈 사람이 둘이 될 거로 생각했다. 내 생각들, 고민을, 감정들은 온전히 내가 지탱해야 했고,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물론 너무 힘들 땐 털어놓는 친구가 있지만, 그마저도 고심을 거쳐 거른 마음을 전달했었다.

그렇게,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많은 감정이 쌓여왔었다. 작은 스파크는 나를 무너트리는 데 성공했다. 혼자서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스스로 견뎌내야 한다고, 떼를 썼나 보다.

퇴근길 무자비한 겨울의 찬바람을 맞으면 정신이 바짝 들다가도 아팠다. 도시의 찬란한 야경과 쓰라린 마음은 모순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쉬이 웃다가도, 금방 울적해지곤 했다. 감정은 되게 깊어서, 뿌리째 뽑을 수도 없고 쉽게 바꿀 수도 없더라. 힘든 일을 잊으려 하면 잊히지 않는다. 고집 센 녀석 같으니라고.

그래도, 어떻게, 하루를 살아간다.

부정적인 감정에 언제나 몸담을 순 없지만 금방 잊을 수는 없더라. 겨울 찬바람이 시리다고 전부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조금씩 느끼고, 슬퍼하고, 회복해보자.

📮 계절의 갈피

님은 힘든 일이나 생각이 들면 어떻게 극복하는 편인가요?

필 : 연말과 연초부터 저도, 제 주변 사람들도 산전수전을 겪은 것 같습니다. 새해라 크고 작은 행사들이 있는 만큼, 여러 마음이 충돌한 탓일까요. 여러 번의 연말·연초를 맞았지만, 올해가 무너지는 일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겪으며 정으로 새기듯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있습니다. ‘힘들 때 웃어야 일류다’.

주변 사람들은 속상하지도 않냐, 화나지도 않냐, 왜 웃고만 있냐고 더러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힘들 때 웃어야 일류라고 말하며 미소를 비추곤 했습니다. 당사자가 웃으면 주변 사람들도 웃을 수 있고, 웃어야 마음도 괜찮아지니까요.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합니다. 웃음은 나누면 배가 되겠지요. 슬픔을 줄이고, 웃음을 늘리면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힘든 일들은 하나씩 해결되었고, 조금씩 좋은 일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힘들 때 웃는 게 일류다!

비안 : 저는 힘든 일이나 생각이 들면, 무엇 때문에 힘든지 정확하게 알고 싶어 글을 씁니다. 그날따라 유독 밤이 길어지면, 내가 요즘 이렇게나 힘들었구나 싶더라고요. 혼자 보는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게 사람이지만, 힘든 날에는 다른 이에게는 털어놓지 못할 말들을 후드득 털어놓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일기를 쓰거나 흩어진 생각을 잘 정리해두면 훨씬 낫더라고요.

괜히 제가 겪는 힘듦이나 어려움 때문에 주변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스스로 다잡으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물론 매번 혼자서 이겨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필요하다 느낍니다.

시절 : 최근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가끔은 그저 지나쳐야 하는 슬픔이 있다는 것. 슬픔에 대한 대처는 그 주체가 어떤 연유로 슬픔을 지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 말입니다.

크기가 너무 커, 너무나 빼곡해 헤아릴 수 없는 마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까닭에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고난을 이겨내라는 첨언이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모든 건 시간과 함께 변화한단 것이고 날씨 또한 그렇습니다. ( 자연의 몫, 마음의 몫 모두 말이죠. )

입춘이 지났습니다. 봄을 향해가는 날씨만큼 마음도 평온함을 되찾길 바랍니다.

나의 계절을 담아 보내기